나는 오늘도 하루를 살아간다
저는 9년째 미국 CDC 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모든 기관들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CDC 에서만 2400 명이 해고 됐습니다. 
저희 부서는 280명 25%의 동료를 잃었습니다.
저는 살아남았지만 정신적으로 힘들어 다음날 하루 휴가를 내고 마음을 다잡고자 감정을 정리하는 글을 썼습니다.
몇몇 지인분들이 공감해 주시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비슷한 일도 힘들어하실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가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글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제목: 나는 오늘도 하루를 살아간다. 

"내 인생이 마감됐을 때, 나에게는 뭐가 남을까? 인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것만 남는다."
"올 한해도 하기 싫지만, 힘들고 여건이 안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것만 남는다."

 

하루가 지났다. 
마음은 여전히 불편하다.
몸은 그런대로 괜찮다. 
정신은 계속, '왜', '어떻게', 또는 '아니야 그럴수도 있지', 이런 생각들의 반복 속에 갈피를 못잡고 있다. 
감정은 파도에 밀려 나와 무릎 쯤에 잠겨있다. 여차하면 다시 감정의 바다로 뛰어들 태세이다. 
나의 존재가 생각지 못한 파도에 덮쳐져 흠뻑 젖은 느낌이다. 

 

하나의 파도는 지나간 듯 보인다. 
예상했듯, 그렇지 못했듯, 내가 무엇을 한다해도 막을 수 없는 큰 파도였다. 
파도는 언제 어디서든 또 닥쳐올 수 있다. 
나는 언제 올지 모를 파도를 기다리며 홀딱 젖은 채로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리고 싶지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나는 이제 젖은 신발을 벗고, 옷을 말리고, 헝클어진 머리를 빚어 넘기며 다시 정돈한다. 
이 파도에 휩쓸려 간 사람들은 기억에 남겨 둔다. 
그들도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서 흠뻑 젖은 채로 넘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기운을 차리고, 조금씩 힘을 내서 일어날 것이다. 
옷을 말리고, 헝클어진 머리를 다듬고, 자기 자리에서 다시 우뚝 설 것이다. 
나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우뚝 선채로 다시 마주할 것이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생에는 시련이 닥쳐온다. 
그리고 모두의 인생에는 시련이 필요하다. 
나는 문제 없는 삶을 반기지 않는다. 
문제를 만나 헤쳐나가는 삶을 원한다. 
시련의 풍파는 나를 단련시킨다. 
그것은 나를 성공의 삶으로 안내하는 안내자이다. 
나는 이번 일로 한층 더 성장한다. 
예기치 못했던 파도였지만, 이것을 뚫고 나와 힘이 더 세진다. 
어제의 일이 나를 자라게 하여, 다음 파도에는 좀 덜 밀리게 할 것이다. 
그렇게 나는 이번에도 성장한다. 
나는 오늘도 하루를 살아간다.